2025년 3월 15일 토요일 #6
비교와 대조 01
(인문학) 성리학의 이기론과 사단 칠정 논쟁
1392년 고려 왕조가 무너지고 조선 왕조가 새롭게 등장하였을 때 조선 개국에 기여했던 이들은 신유학인 주자학(朱子學) 을 배웠던 사대부들이었다. 주자학(朱子學)은 성리학(性理學) 이라고도 불렸는데, 성리학은 인간의 본성과 우주 만물을 통합적으로 설명하는 형이상학적 이론을 구체화한 학문이다. 성리학(性理學) 의 대표적 사상 체계인 '이기론 (理氣論) '은 ' 이(理) '와 '기 (氣) '의 원리를 통해 자연·인간·사회의 존재와 운동을 설명한다. 이때 '이 (理) '는 만물 생성의 근원이 되는 정신적 실재로 '기 (氣) '의 존재 근거이자 운동 법칙이고, '기 (氣) '는 만물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로서 이것이 모이고 흩어지는 것에 따라 우주 만물이 생성되고 소멸된다.
조선의 성리학자들은 이러한 이 (理) 와 기 (氣) 의 개념으로 송대 성리학에서 다시 중시된 맹자의 사단 (四端)과 그에 대립되는 개념인 칠정 (七情)을 설명하려 하였다. '사단 (四端) '이란 측은지심, 수오지심, 사양지심, 시비지심이라는 네가지 순수한 도덕 감정을 가리키고, '칠정 (七情) '은 기쁨, 노여움, 슬픔, 두려움, 사랑, 미움, 욕망과 같은 인간의 현실적 감정을 의미한다. 이들은 인간에게 두 가지 경향의 마음이나 감정이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개념으로 조선조 성리학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졌다. 그리고 이러한 사단 칠정의 발생 과정을 성리학의 이기론과 관련지어 논의한 인물로 이황과 기대승, 이이가 있다.
이황은 주희의 철학을 공부하고 정리하여 성리학 체계를 집대성한 이론가이다. 그는 "사단(四端) 은 이(理) 가 발하고 기 (氣)가 그것을 따르는 것이고, 칠정(七情) 은 기 (氣) 가 발하고 이 (理) 가 그것을 타는 것이다"라는 이기호발설 (理氣互發說) 을 주장하였다. 이황에 따르면 사단 (四端) 은 이 (理) 에 근원하여 드러나므로 순선한 감정이고, 칠정(七情) 은 기 (氣) 에 근원하여 드러나므로 선악의 가능성이 모두 있는 감정이다. 그는 이 둘을 엄격하게 구분하여 순수한 도덕 감정인 사단은 인의예지의 본성이 드러나는 것이고, 즐거움과 노여움을 대표하는 일반 감정인 칠정(七情) 은 육체를 거쳐서 드러나는 것이라고 보았다. 또한 이 (理) 가 드러날 때 기 (氣) 는 복종하고, 기가 드러날 때 이 (理) 는 그것에 올라탄다고 표현하여 기 (氣) 보다 이 (理) 가 귀함을 강조하였다.
그러나 기대승은 이황과 달리 사단(四端) 과 칠정(七情) 이 존재론적으로 구분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이황은 사단(四端) 을 이(理)가 드러나는 것으로 보았으나 기대승은 사단(四端) 에 이(理)의 계기와 기(氣)의 계기가 공존한다는 이기겸발설 (理氣兼發說)을 주장하였다.또한 칠정(七情) 가운데 절도에 맞게 드러난 감정을 사단 (四端)이라 할 수 있고, 경우에 따라 절도에 맞지않는 부정적인 사단(四端) 도 있을 수 있다고 보았다. 말하자면 이황은 사단(四端)과 칠정(七情)을 이원적으로 파악하여 사단(四端) 과 별도로 존재하는 것으로 보았으나, 기대승은 사단(四端)이 칠정(七情)의 범주에 속한다고 본 것이다. 이황과 기대승은 사단칠정(四端七情)에 관한 의견을 서신으로 주고받으며 수년에 걸쳐 논의했고, 이는 조선 유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을 불러일의키게 되는데 이를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이라 부른다.
이이도 기대승의 설을 지지하며 사단(四端)과 칠정(七情)은 부분과 전체의 관계임을 지적하고, 사단(四端)은 칠정(七情) 가운데 선한 일변을 가리킨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이황의 관점에서 '기(氣) 가 발하고 이(理)가 타는 것'만 수용하였다. 그가 기(氣)가 발하는 것만 인정한 것은 현실에서 구체적으로 운동하거나 변화하는 것은 기(氣) 이고 순수한 도덕적 원리인 이(理)는 스스로 움직일 수 없으며 다만 기(氣) 의 근거로서 의미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또한 이이는 '이통기국'이라는 명제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뚜렷하게 제시하였다. 이 (理)는 형체가 없어서보편적으로 실재한다는 '이통'을 통해 선의 본체는 어디에나 존재하고 변함이 없음을 밝히고, 기(氣)는 형체가 있어서 제한적이라는 '기국'을 통해 기의 불완전함으로 말미암아 인간의 도덕적 불완전함이 생겼다고 주장하였다. 사단(四端)이든 칠정(七情) 이든 그것이 마음의 작용이라면 모두 기 (氣)에 속하고, 사단(四端)을 작동시킨 인의예지의 본성만이 이(理)에 속한다고 본 것이다.
이황, 기대승 그리고 이이로 이어진 논쟁은 조선 유학자들에게 주희 철학으리 핵심 주체인 이(理)기(氣)의 문제를 숙고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런 연유로 사단칠정(四端七情 )논쟁에서 촉발된 조선 유학 내부의 분열상은 새로운 유학의 사유가 등장하는 토양이 되었다는 평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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